본래 가지고 있는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보는 가치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과열된 인간의 욕망이 투영되면서 결국에는 파멸로 향해 치닫는 일명 거품경제, 경제 신문을 뒤적거리던 사람이라면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상 최초의 거품경제는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잘 아는 꽃 튤립이다. 오늘은 거품경제 튤립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 거품경제 ‘튤립’의 등장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튤립은 본래 야생에서 자고 나라나는 들꽃 중 하나였다. 튤립이 우리 역사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11세기부터로 이때 처음으로 이슬람 세계에서 튤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학자나 전문가들 손에 품종개량을 거치면서 당시 이슬람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으로 대접 받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튤립이 주는 깨끗하고 진한 색들이 이슬람의 술탄(지도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이미 지금의 아랍 지역에서는 튤립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었다.
1.1 튤립 유럽으로 건너가다
이슬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신을 상징하는 꽃’으로 불리기 시작하던 튤립은 이제 이슬람 남성들의 터번에 장식물로도 활용되며 이슬람의 의식주 문화에도 등장한다. 그렇다면 튤립은 언제 유럽으로 건너갔을까?
16세기 후반, 합스부르크 가문의 대사로 터키에 있던 기슬랭 드 뷔스베크가 당시 꽃을 유난히 좋아했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페르티난트 1세에게 튤립의 구근을 보내었는데, 이 기록이 공식적으로 유럽의 역사에 튤립이 등장하는 기록이다.
그런데, 당시 유럽의 동쪽 신성로마제국에서 서유럽으로 튤립이 넘어가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페르티난트 1세는 꽃을 좋아해서 궁정 식물학자 카롤루스 클루시우스를 고용해 꽃들을 돌보도록 하면서 클루시우스는 튤립을 연구하고 개량에 힘을 썼다. 그런데, 페르티난트의 뒤를 이어 막시밀리안 2세,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루돌프 2세가 왕위에 오르면서 꽃에 관심이 없던 루돌프 2세가 궁정식물학자 카롤루스 클루시우스를 해고해 버린 것이다.
물론 루돌프 2세는 클루시우스를 해고한 것은 단순히 꽃에 대한 관심도 문제만이 아니고 루돌프 2세는 당시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는데, 개신교신자였던 클루시우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튼 이러한 이유로 클루시우스는 자신이 연구하던 튤립의 구근을 가지고 지금도 튤립의 나라라 불리우는 네덜란드로 건너갔다. 쿨루시우스가 네덜란드로 간 이유는 네덜란드가 개신교 국가였기 때문이고 그는 네덜란드의 한 대학의 교수가 되면서 더욱더 튤립의 개량에 박차를 가한다. 이것이 바로 1593년의 일이었다.
2. ‘튤립’의 가치가 폭발하다
클루시우스의 연구 아래 각종 색을 내는 튤립의 개량 품종 등이 등장했고 네덜란드는 전국이 튤립에 마비될 정도로 튤립의 인기가 미친 듯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튤립의 가치가 오르기 시작한건, 당시 네덜란드의 경제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개신교를 받아들인 네덜란드의 성장으로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새로운 금융 중심지가 되었고, 세계 최초 증권거래소가 세워질 정도로 유럽인들의 관심을 갖는 지역이 된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자금이 풍부해지기 시작했고 이를 활용할 투자처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가치가 높아지는 튤립과 네덜란드의 경제상황이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시너지가 난 것이다.
2.1 튤립 과열시대
튤립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러저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먼저 클루시우스가 보유하고 있는 튤립의 구근이 도난을 당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튤립은 점차 암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고, 튤립은 곧 돈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면서 꽃에는 하등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너나할 것 없이 튤립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튤립 구근은 이때부터 등급이 나누어져 희귀한 색이나 무늬를 가진 튤립 구근(셈페르 아우구스투스) 일명 황제 계급으로 불리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때가 바로 1634년이었다.
튤립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돈을 빌리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으며, 네덜란드 전역에서 돈 되는 튤립 구근을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로 시장은 마비 직전까지 간다.
이 같은 기간이 2년이 흘러 1636년은 튤립이 가장 최고점을 찍으며 가장 희귀한 품종을 5만 제곱미터(15,000평)의 땅과 바꾸자는 투자자도 등장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튤립 구근 한 개를 오늘날 가격으로 약 10억과 마차, 말 2필까지 얹어서 구할 정도로 그야말로 인간의 욕망 과열시대로 접어들게 만든다. 네덜란드 전역은 온통 튤립의 거래로 가득차게 된다.
2.2 튤립 열풍 전 유럽으로 퍼지다
튤립의 이같은 열풍은 네덜란드에서만 끝난 것이 아니다 근처 국가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로 퍼져가면서 프랑스에서는 튤립 구근 하나가 엄청난 부지의 와이너리 하나와 교환되는 일도 발생한다.
뿐만 아니다 튤립은 마치 이슬람 남자들이 터번에 튤립을 상징적으로 착용했던 그때처럼 유럽 문화에 파고들어, 결혼 축의금을 튤립 구근으로 낸다거나 혹은 자신의 재력을 뽐내려는 사람이 튤립을 옷에 달기 시작하며 인간의 욕망은 더욱더 더욱더 파국으로 향해가기 시작한다.
당시 튤립은 온갖 금은보화들과 교환이 되었고 화가들이 튤립을 그렸다면 그 그림의 가치 역시 다른 그림에 비해 훨씬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
3. 튤립의 몰락
모든 것이 그렇듯 지나치면 망하기 마련이다. 미친 듯이 몇 년에 걸쳐 천장을 뚫고 올라가던 튤립 역시 거품이 꺼지자마자 미친 듯이 폭락하기 시작한다.
3.1 튤립 거품이 꺼지다
1637년 2월, 3년 동안 계속되던 튤립의 열풍에 이제 사람들은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튤립의 가치가 저정도인가?’ 그리고 이러한 심리는 동시에 작용하며 하루 아침에 튤립의 가치는 저 지하 깊숙한 곳으로 떨어진다.
무엇보다 튤립을 투자 대상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튤립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직감하고 시장에 튤립 구근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폭락을 거듭한다. 여기에 튤립은 봄에 피는 꽃이기 때문에 가을에 심어야 했고, 여름이 되기 전가지 구근을 땅속에 심어두어야 하는데 그럼 판매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구근을 던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마지노선인 2월로 잡으면서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다가 전 유럽의 신문에서 튤립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기사까지 내면서 튤립의 폭락은 가속화되었고 최고급 품종인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는 10분의 1 가격으로 떨어진다.
4. 튤립 거품이 미친 영향
한차례 폭풍처럼 타올랐다가 꺼진 튤립의 열기는 뜻밖에도 경제보다는 사회문화에 더 많은 변화를 주었다.
4.1 튤립의 거품, 범죄자들을 만들다
튤립의 거품은 단순히 경제적인 해프닝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당시 튤립 구근의 가치는 이미 과거에 매겨놓고 판매를 했기 때문에 폭락한 구근을 갑자기 사람들이 사는 것을 거부했고, 이는 명백한 계약불이행이자 사기였으므로 정부에서 나서기 시작한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범죄자가 되었고, 운이 좋은 벼락부자와 수많은 피해자, 범법자, 파산자를 남기며 튤립의 거품은 사라지게 된다.
4.2 튤립의 거품, 예술에 영향을 끼치다
튤립 거의 붕괴는 생뚱맞게 그림 시장에 많은 영감을 주게 된다. 당시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튤립을 넣으면 가치가 올라갔던 것과는 달리 거품이 꺼지고 튤립은 허영과 허무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당시 네덜란드의 예술 전반에 걸쳐 허무주의나 금욕주의 등의 풍토가 나타나게 된다.
지금까지 튤립이 가져온 인간의 광기와 역사상 최초 버블경제의 해프닝을 알아보았다. 인간의 무서운 광기와 집착이 얼마만큼 인간 사회를 아둔하게 만들었는지 볼 수 있는 사례지만 우습게도 현대에도 무수한 버블이 올라오고 있는만큼 옛 사람을 비웃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세상모든이야기는 앞으로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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