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질병이지만, 한때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며 인류를 고통에 빠뜨렸던 질병이 있다. 바로 비타민 C 부족으로 발생하는 괴혈병이다. 당시 사람들은 비타민 C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기에, 이 질병의 원인도, 이름도 모른 채 고통 속에서 생명을 잃어야 했다. 하지만 괴혈병을 둘러싼 이야기는 단순한 질병의 역사 그 이상이다. 그 발견 과정과 치료법이 알려지기까지의 여정은 놀라움과 흥미로 가득 차 있다. 오늘은 인류의 건강을 바꾼 괴혈병의 숨겨진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다.
1. 괴혈병이란?
괴혈병은 비타민 C(아스코르브산)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 그 초기 증상으로는 피로감, 잇몸 출혈, 멍이 쉽게 들고, 더 진행되면 상처가 치유되지 않거나 감염으로 점차 앓다가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질병이다.
1.1. 괴혈병이 유행했던 역사적 배경
인류 역사에서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는 그야말로 대항해시대이자 세로운 세계를 발견해낸 중요한 순간이었다. 수많은 배들이 드넓은 바다를 건너 신대륙으로 향했다. 하지만 배에 탑승한 선원들은 많게는 몇 달 이상을 배에서 보내야만 했고 여기에 당시는 냉장보관과 같은 기술 등이 발달하지 않아 선원들은 신선한 음식을 몇달을 먹지 못하고 항해를 해야만 했다.
이로인해 신선한 야채나 과일 등에 풍부한 비타민C의 부족에 선원들은 시달려야 했는데, 1497년 바스코다가마의 항해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선원 160명 중 무려 100명이 괴혈병으로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2. 괴혈병 치료의 단서: 과일의 중요성
비타민C의 화학명은 아스코르브산이다. 여기서 아스코르브산은 '~하지 않다'라는 의미의 부정어 a와 '괴혈병'을 의미하는 '스코르부투스'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비타민C의 이름이 괴혈병을 막는다는데서 나왔을 정도로 비타민C는 괴혈병의 주원인이자 치료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타민 C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영양분이 아닌데다가 감귤류 혹은 채소류에 많이 있기 때문에 옛날에는 오직 음식들을 통해 섭취해야만 했다.
때문에 과거에는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장소에서 괴혈병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사람들은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경험을 통해 괴혈병은 과일 등을 섭취하면서 예방할 수 있다는 부분만 알고 있었을뿐이었다.
2.1 영국 의사 제임스 린드 '괴혈병' 예방법을 발표하다
1753년, 영국의사 제임스린드는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가 괴혈병을 막는 방법이라고 발표한다. 제임스린드는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12명의 괴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이 실험을 통해 여러 치료법을 비교하고 환자들의 상태를 살핀다. 그런데 다양한 치료방법을 비교하는 실험군 중에서 오렌지와 레몬을 먹은 환자들이 괴혈병에서 더 쉽고 빠르게 회복된 것을 발견해내었다.
p.s 제임스린드의 괴혈병 실험 중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제임스린드가 12명의 괴혈병 환자 비교군을 각각의 방법으로 실행할 때 일부 환자들은 "해수 목욕" 같은 당시 민간에서 유행하던 치료법을 받았는데, 이들은 당연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창기 제임스린드의 발표는 사람들의 과학적 무지와 보급의 문제 등으로 인해 잘 활용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영국의 해군이었던 길버트 블레인이 감귤류, 라임주스나 레몬주스 섭취를 권고하면서 영국해군을 괴롭히던 괴혈병이 사라지는 것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다. 이후 1795년 본격적으로 영국 해군은 모든 선원들에게 라임즙을 배급하기 시작했고 영국은 강력한 해군함대를 보유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제임스린드가 발표한지 무려 40년이 지난 후에 일이었다.
p.s 당시 영국 해군이 즐겨 마시던 럼주는 항상 함선에 실려 있었다. 그러다 괴혈병 예방을 위한 라임과즙이 배급되면서 이것을 럼주에 섞어 마셨는데 이것이 오늘날 칵테일 한 종류의 기원이 된다.
괴혈병 치료법의 발견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한 것을 넘어, 과학적 접근과 경험적 연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건강한 식단과 영양소의 균형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 속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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