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커피, 원래는 아랍과 북아프리카에서 자라나는 농작물이었지만, 이른바 유럽의 대항해시대를 거쳐 지금의 아시아와 중남미로 퍼져나가면서 이곳에서 나는 커피가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는 대표 커피로 자리잡을만큼 커피 시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남미로 퍼져나간 커피나무가 한 프랑스 해군 장교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오늘은 남미로 퍼져나간 커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서인도제도에 커피나무를 옮겨 심은 프랑스 군인 '가브리엘 드 클리외'
엄밀히 말해 남미에 처음 커피를 심은 것은 네덜란드이다. 아랍 등에서 제배되고 만들어지는 커피가 유럽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커피 원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당시 네덜란드령이었던 지금의 수리남 지역에 1718년경 네덜란드인들이 커피나무를 심어 재배하면서 남미 커피의 역사가 시작된다.
그러나 남미의 커피 재배를 더욱더 가속화 한 것은 프랑스 해군 대위 '가브리엘 드 클리외'의 작은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1.1 가브리엘 드 클리외의 아이디어
당시 가브리엘 드 클리외는 서인도제도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에 복무하고 있었다. 참고로 여기서 서인도제도는 인도가 아니라 지금의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을 가리키는 말로 당시 이곳을 발견한 유럽사람들이 인도인줄 알았기 때문에 서인도제도라 불리고 있었다.
여튼 클리외가 군 복무를 하며 파리에 잠시 복귀한 일이 있었는데 이때 유럽사람들이 커피를 판매하고 소비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그 커피는 당시 네덜란드가 지금의 인도(당시에는 동인도라 부르고 있었음)에서 재배한 커피였다. 클리외는 이것을 보고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서인도도 네덜란드의 인도와 역시 기후와 땅이 비슷한데 커피를 재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클리외는 이제 커피나무를 얻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당시 커피나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장이 루이 14세에게 바친 것이 왕립식물원에 있었고, 이곳에서 커피나무가 번식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클리외는 왕실 식물원장을 찾아가 커피나무 한 그루만 달라고 부탁했지만 당연히 거절 당했고 나무를 얻지 못한다.
그러자 클리외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바로 커피나무를 네덜란드가 루이 14세에게 바칠 때 직접 그 역할을 맡았던 당시 왕의 주치의였던 시라크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클리외는 시라크를 직접 알지 못했으므로 자신이 아는 고위층의 부인을 통해 시라크에게 커피나무를 얻고자 수없이 노력했고 시라크는 몇번을 거절하다가 커피나무를 시라크에게 주게 된다.
1.2 드 클리외 커피나무를 중남미에 심다
커피나무를 힘겹게 얻긴 했지만 이제 클리외는 이 커피나무를 무사히 자신이 근무하는 서인도제도로 가져가야했다. 지금이야 비행기가 있고 배도 빠르지만 당시 서인도제도까지 가는 것은 한 세월이었다. 이 나무를 건강하게 지켜 가져가는 것 역시 힘든일이었다.
1723년 드 클리외는 이 커피나무를 가져가기 위해 햇빛을 잘 받도록 유리상자를 만들어 고이 보관했고 배에서 혹시 햇빛이 부족하다 싶을 경우 자신이 인공적으로 햇빛을 비추고, 당시 배에는 식수가 모자른 상황이었음에도 자신이 마실 물을 커피나무에 주며 말 그대로 온실안의 화초처럼 모시고 간다.
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드 클리외와 같이 탄 배의 사람들이 이 커피나무를 아끼는 클리외의 모습을 보고 훔쳐 가려 하기도 했고 나무를 훼손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며 여러 악천후를 비롯해 해적까지 만나는 고난의 행군을 이어간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커피는 마르크니크섬에 도착했다.
2. 서인도제도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커피나무
클리외의 커피나무 한 그루는 무사히 마르크니크섬에 적응하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1726년, 마르크니크섬의 커피나무의 첫 수확을 거두며 카리브해 전 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아이티와 과달루페로 퍼져나갔으며 엄청난 수확을 거두게 된다. 특히 이곳의 커피는 동인도보다 프랑스로 가는 운송로가 훨씬 짧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물류비용이 저렴했고 이는 커피원두값이 다른 곳의 커피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을 뜻했다.
1759년에 이미 서인도제도의 커피는 프랑스의 소비를 넘어 전 유럽으로 수출되기 시작했고 이는 본래 커피의 원산지인 이슬람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오히려 이슬람 정부에 커피를 판매하는 권리까지 얻어낸다. 프랑스의 이러한 놀랄만한 커피 시장 점령은 이슬람 세계를 강타했으며 이슬람 역시 저렴한 커피에 빠져들며 서인도제도 커피에 대한 수입량이 점점 커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남미 커피가 지금까지 전 세계 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첫 시작이었다.
3. 드 클리외 과달루페 총독이 되다
드 클리외의 이 같은 공로는 결과적으로 커피를 통해 프랑스에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다. 클리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 받아 과달로프의 장관에서 더 나아가 과달루페 총독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그리고 이후 84살에 프랑스에서 숨을 거둘때까지 그는 많은 부와 명예를 갖고 살았으며 그가 죽고 나서는 프랑스에서 최고 영예로운 훈장인 레지옹도뇌르 명예훈장이 수여되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프랑스 신문에서 그의 죽음은 대대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한 시인은 '행복한 마르티니크'라는 서사시를 지어 클리외의 업적을 기리기도 하였다.
커피나무에 대한 작은 아이디어가 그의 삶 더나아가 프랑스의 경제적 부 그리고 우리 인류의 커피 사랑에 기여를 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남미 커피의 유래와 역사 그리고 하나의 작은 아이디어로 많은 것을 바꾼 한 해군 장교의 이야기까지 살펴보았다. 혹시 이 글을 읽은 후 남미의 커피를 마시게 된다면, 재미있는 남이 커피 역사의 이야기와 함께 커피의 풍미를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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